갈매기 자리

썰물, 산마루 가을 하늘 아래 갈매기들이 줄지어 앉아 있어요. 바람이 불 때마다 해국이 흔들리던 자리가 떠오르네요.

손끝에 남은 향

너머, 바람결 아침 햇살이 고추를 하나씩 뒤집는 손을 비춥니다. 고추를 뒤집을 때마다 손끝에 남는 매운 향이 오전 내내 따라다니던 때가 있었지요.

하얀 조각

꽃샘, 너머 가는 비에 젖은 보도블록 위, 참새가 물웅덩이를 세 번 쪼고 하늘을 보았다. 오리도 같은 하늘을 보았군요.

이슬 맺힌 목줄 아래 땅

나란, 산마루 아침 이슬이 목줄에 맺혔다. 개가 잔디 위에서 멈춰 서서 땅을 들여다보았다. 고개를 숙여 함께 땅을 보았다.

문턱까지 닿은 그림자

발치, 너머 해가 옮겨가면서 제 그림자도 조금씩 길어졌습니다. 저는 그 사이를 지나가면서 발끝만 보았습니다.

잎이 닿은 자리에서 파문이 천천히 퍼져요. 거꾸로 선 단풍나무가 그 물결에 고개를 끄덕이네요.